'일기/동유럽 여행기'에 해당되는 글 11

  1. 2007/11/16 폴란드 #2 (1)
  2. 2007/11/16 폴란드 #1
  3. 2007/10/09 벨라루시 #8
  4. 2007/10/09 벨라루시 #7
  5. 2007/10/09 벨라루시 #6
  6. 2007/10/09 벨라루시 #5
  7. 2007/10/09 벨라루시 #4
  8. 2007/10/09 벨라루시 #3
  9. 2007/10/09 벨라루시 #2
  10. 2007/10/09 벨라루시 #1
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1/16 02:42

폴란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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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관용의 폭은 자중심 혹은 자신감과 비례하며, 그것은 겸손과도 연결 됩니다.

베타적인 민족일수록 문화 열등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껄끄러운 관계를 가진 국가의 문화를 부드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바르샤바라는 이름의 기차역이 세 개나 된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바르샤바 동부 역에 내리게 되었고, 뭔가 지도와 맞지 않는 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이미 크라쿠프로 가는 표까지 끊을 후였습니다.

바르샤바 중앙역으로 가는 길을 한 폴란드 노부인에게 러시아어로 물었던 것은, 폴란드 사람이 일본어로 서울역이 어디냐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그 노부인은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카락의 동양인 남자가 러시아어로 묻는 것에 대해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반갑게) 친절히 버스 번호와 버스 티켓을 끊는 곳까지 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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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1/16 02:36

폴란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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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위로하는 희망은 쓸모 없는 꿈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잃고, 버리고 나서, 우리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 가리키는 표지판이 바로 희망입니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어린아이가 꿈이라는 표지판 앞에 섰을 때의 설레임은 바로 자유의 데자뷰입니다.

자유를 갈망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그들의 자유를 목조른 것은 서로의 법과 제도의 충돌이라는 상투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폭력이라고 부릅니다.

어릴 적 접했던 퀴리 부인의 폴란드는 그 폭력에 의해 매우 상처받은 모습이었지만, 오늘 이 곳을 감싸고 있는 향기는 그들의 희망이 쓸모 없는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청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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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0/09 15:36

벨라루시 #8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에는 이해와 타협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나는 굳게 믿습니다.

낭만주의자가 아니라 합리주의자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에게 악수를 청할 수 있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는 것에서 옵니다.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섬과 같은 나라에서 사는 우리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인정의 간격을 접하는 기분은 약간의 허벅지 근육의 긴장과 눈의 피로함입니다.

전쟁의 역사 속에서 이웃이 싫어도 이사 갈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이해의 바다와 타협의 하늘을 건너온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인사가 아니라 여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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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0/09 15:35

벨라루시 #7

심플한 것을 사랑한 인류는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지혜와 진리를 담아 잘 뭉쳐서 삶의 주먹밥을 만들고, 그것에 속담과 격언이라는 명칭을 붙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편의점이 아닌 고급 레스토랑에 가게 되기 시작하면서, 허파와 심장이 커집니다.

그들이 하지 못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죠.

몇 가지 남지 않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빼면, 인생의 가장 오래된 마음인 동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과 다른 처음 보는 사람에게 편견이 아닌 호기심에 동정심으로 양념을 해서 말을 걸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에서 나옵니다.

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캐리어를 끌어보고, 자신의 가족들과 인사 시켜주는 것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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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0/09 15:34

벨라루시 #6

벨라루시는 하얀 러시아라는 뜻입니다.

하얀 민족 의상과 하얀 피부색 때문이라는 말이 있으나, 백의민족이라는 단어를 믿지 않는 나에게 특별히 와 닿는 느낌은 없군요.

몽골인 친구들 덕분에 나름의 단잠을 자고서 아침 일찍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택시를 타고, 시내에 나왔을 때, 그 도시의 느낌은 은회색의 적막함이었습니다.

저의 사정을 들은 택시 운전사는 매우 친절했으나, 모든 택시 기사가 그럴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경유 비자를 발급 받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벌금과 즉석 증명 사진 그리고 수고비(?)까지 합쳐 지불한 돈은 약 120달러.

어제 밤 택시 기사가 제시한 200달러에서 숙소 값을 제하면, 그 택시 기사도 그렇게 큰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낯선 나라에서의 불법 체류자 신세를 약 9시간 만에 청산한 나는 당당하게 구청에서 나와 역으로 돌아와 정지된 기차표를 재개하고, 다음 기차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개찰구에서 다시 만난 어제 밤의 택시 기사는 생각보다 빨리 비자를 받아낸 내가 조금 얄미웠는지 빈정거렸지만, 마음속으로 크게 “즐” 이라고 외쳐주고, 개찰구에서 빠져 나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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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0/09 15:33

벨라루시 #5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특별한 이유는 상대방도 여행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저 서로가 신기할 뿐이고, 서로가 할 말이 많습니다.

약간의 긴장으로 빨라진 심장 박동으로 인한 혈액 순환 때문에 쉽사리 잠을 청할 수 없었던 나에게 다가온 한 몽골계 러시아인 친구는 그저 파리에서 돌아오는 민속 공연에 대해 자랑하기 위해 저에게 접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역에서 그 친구의 일행을 제외한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저를 주시해서였는지, 자신들의 일행과 함께 있도록 허락해 주었고, 선물까지 서로 교환했습니다.

연락처를 분실하는 바람에,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찾을 수는 없지만, 그 친구가 나타내준 배려는 이 여행을 모두 마친 후 더욱 특별히 감사하게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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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0/09 15:33

벨라루시 #4



나는 내가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게 만드는, 마술 상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상자를 통해 세상을 보고, 그 상자에 의해 걸러진 나의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달콤하기 짝이 없어서, 내가 처음에 무엇을 넣었는지 영원히 잊게 만듭니다.

줄 없는 공책이 주는 자유는 언제나 나를 놀라게 만들지만, 결코 나를 당황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벨라루시에서 비자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듣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저를 그냥 보내주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폴란드를 한 발자국 남기고 새벽 2시에 내려, 경찰이 소개 시켜준 바가지 택시 기사에게는 필요한 정보만 받아낸 후 첫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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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0/09 15:31

벨라루시 #3



기차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물론 없겠지만) 있었다면, 당신은 냉장고를 좋아하시냐고 되물었을 겁니다.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지 않는 나에게, 호감은 기억에 크게 의존합니다.

때문에 3시간 정도 정차한 벨라루시의 멘스크 역의 모습은, 나에겐 그저 여행의 한 페이지 인 것 같습니다.

붕어빵 만큼 그립지도, 페퍼민트처럼 아련하지도 않거든요.

오늘도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판자집.

낯선 동양인을 경계하는 꽃과 나비.

한낮의 햇살에 취한 고양이.

이 모든 것을 녹즙기에 넣고 2시간 23분간 갈아낸 다음, 500cc 컵에 담아내어 잘 저어서 단번에 들이 마시면, 벨라루시에 대한 제 기억은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설탕이라도 넣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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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0/09 15:30

벨라루시 #2



기억은 언제나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실의 존재 부정이 아니라, 사실의 부재 증거입니다.

이 말은 결코 둘째 딸의 이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변명은 아닙니다.

오히려 용케도 러시아 부인의 폴란드 혼혈 둘째 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자랑에 대한 겸손 반작용입니다.

아들인줄로 착각했던 ‘단야’는 러시아 말을 썩 잘하진 못합니다.

그렇다고 폴란드어를 썩 잘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죠.

다섯 살이 할 수 있는 말을 하고, 할 수 없는 말을 못하는 정도였을 겁니다.

어쨌든 이 여행의 첫 번째 기억이자, 첫 번째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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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동유럽 여행기 | Posted by Esil 2007/10/09 15:08

벨라루시 #1



난 평생을 홀로 지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더군요.

언제나 내 곁엔 누군가 응원해 주고, 내 앞에선 손을 내밀어 주고, 내 뒤에선 나에게 마실 물을 가져다 주는, 그 누군가가 함께 했습니다.

가장 고독하고, 가장 외로운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예방주사 같은 것이었습니다.

밤 11시 반경 폴란드 행 기차에 오르면서, 나를 누르는 중압감은 기대감보다는 예방주사의 약간은 몽환적인 면역력의 발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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